동물과의 아름다운 교감
사육사의 하루 동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동지가 되어 주어야만 가능하다. 마치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의 심정이 되어 일생동안 돌봐 주어야 한다.


북극곰과 시작하는 아침
북극곰들이 제철을 만났다. 설원이, 설희 그리고 똥키는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 속으로 첨벙 들어갔다가 다시 바위 위로 오른다.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추워지는데 놈들은 오히려 신나기만 하다. 관람객들이 던져주는 건빵이 성에 안차 연신 한쪽만 바라보고 있던 설희, 갑자기 날렵해지기 시작한다. 바로 기다리던 간식시간. 사육사 강철원 씨는 고무장갑을 끼고 고등어와 사과, 닭고기를 놈들에게 던져준다. 사과는 한입에 우걱, 손바닥만한 닭고기도 두 세번 씹으면 흔적이 없다. 북극곰이 하루에 먹는 식사량은 8kg.
간식도 2kg씩은 먹는 듯 하다. 각자 기호가 달라 한 놈은 줄곧 생선만 받아 먹고 또 다른 놈은 닭고기와 사과만을 받아 먹는다. 곰들의 식성을 아는지 적당히 배분해서 여기 저기 던져주는 강철원 씨는 간식 시간이 끝나자 다시 호랑이들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관람객들 속에 있는 강씨의 얼굴을 찾아낸 호랑이들이 그를 주시한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호랑이들도 함께 걸음을 옮긴다. 호랑이들도 기다리던 간식 시간이었을까? 신기한 것은 호랑이들이 사육사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동물들의 친구, 강철원 씨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 중에서 북극곰, 호랑이, 표범 등 맹수만 돌보는 사육사 강철원 씨, 맹수 외에 요즘은 애완견 사육장에서도 일한다. 맹수를 돌보는 사육사라고 해서 덩치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딴판이다. 얼굴이 동안이다. 하기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치고 순하지 않은 인상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강철원 씨는 88년 에버랜드에 사육사로 입사해 군복무 3년간을 제하고는 줄곧 동물들만 돌봐왔다. 그가 사육사를 지원한 까닭은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이었다. 시골에서 줄곧 살아왔던 강씨, 열살도 되기 전에 형들을 따라 다니며 산에 덫을 놓고 사냥하는 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어느 날 덫에 걸린 꿩을 보고는 그냥 풀어 주었다. 형한테 야단도 맞았지만 이후부터 형마저도 사냥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부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을 그저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 강씨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육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면 사랑하는 마음은 커녕 힘이 들어 중도에 포기한다는 것. 제일 중요한 것은 동물과 교감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동물과의 교감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실 보통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한대로 따라주기를 원한다. 동물들을 대할 때도 자신의 말을 잘 따라주고 들어주면 좋겠지만 동물들은 사육사의 말을 순순히 잘 따라주지 않는다. 지정된 장소에서 변을 보라고 가르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무수한 훈련이 필요하다. 동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동지가 되어주어야만 가능하다. 마치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의 심정이 되어 일생동안 돌봐주어야 하는 것이다. 인내 없이는 절대로 되지 않는 일이다. 겉모습만으로 동물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이런 문제로 인해 결국 중도에 일을 그만두고 만다.
■ 겨울철 동물관리 요령
● 영양보충에 신경쓰세요
월동 준비로 피하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동물들을 가을부터 이른 겨울까지 많이 먹는다. 이때 사료를 넉넉히 주면서도 영양식을 주어 월동 준비가 잘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 얼어있거나 차가운 사료를 주게 되면 금방 배탈이 나므로 반드시 상태를 확인하고 사료를 주어야 한다.

● 보온에 신경쓰세요
동물에 맞는 적정 온도가 있으므로 자신이 기르는 동물에 맞는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다음 그대로 유지되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개는 16~20도, 햄스터는 16~24도 정도이다. 실온에서 키우왔던 동물은 겨울에 바깥에 내보내면 안된다.
생활환경이 급작스럽게 바뀌지 않도록 주의하고 바깥에 내보내려면 꾸준히 기온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 환기에 신경쓰세요
털많이 날리는 종류는 하루 한번 빗질을 해주면 하루동안 털이 많이 날리지 않는다. 안에서 키우는 동물들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우므로 겨울에는 하루 한 두번씩 환기를 시켜 집안에 날리는 털이나 먼지, 오염된 공기가 빠져나가도록 해야한다.


동물과의 교감, 신뢰가 중요
그런 면에서 강씨는 동물들의 신뢰를 듬뿍 얻었다. 그 자신 또한 천직이라고 생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군입대하기 전의일이다.
입사 후 얼마 안되어 에버랜드에서는 맹수 인공 포육에 들어 갔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미가 새끼를 돌보지 못할 경우 사육사가 대신 새끼를 키우는 것이다. 동물원이라는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어미가 심하게 불안 증세를 보여 새끼를 분리시킨다. 맹수일수록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때문에 강씨는 졸지에 인도표범의 엄마 역할을 해내게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인공 포육에 관한 자료가 없어 외국자료까지 찾아보며 인공표육으로 들어갔다.
신생아와 마찬가지로 하루 8번씩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젖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88년 5월 부터 꼬박 2개월간을 강씨는 가까운 용인에 거주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밤에도 동물원을 오가며 인도표범을 길렀다. 그런데 7월이 군 입대일로 정해진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 이유를 해야 할 시기였지만 며칠간은 계속 젖을 먹여야 했는데 그 인도 표범이 강씨가 아닌 다른 사육사가 주는 젖은 절대로 먹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입대 이틀 전까지 강씨는 꼼짝없이 인도표범의 젖을 주어야만 했다. 그 후 정기휴가 때 군복을 입고 동물원에 나타났던 강씨를 끝내 알아보지 못해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것도 인도표범이었다.

북극곰들이 제 철을 만났다. 설원이 설희 그리고 똥키는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 속으로 첨벙 들어갔다가 다시 바위 위로 오른다.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추워지는데 놈들은 오히려 신나기만 하다.